안녕하세요, 스포카의 데이터 분석가 손현석입니다.
앞서 1편과 2편에서는 도도 포인트의 전체적인 현황을 리텐션, LTV(Customer Lifetime Value, 고객생애주기가치), MRR 성장의 측면에서 분석해보았습니다.
Aha Moment
리텐션 분석으로 잠시 돌아가보겠습니다. 리텐션이 높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데이터 분석은 좋은 지표를 보고 만족감을 느끼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무엇이 우리의 리텐션을 높이고 있는지(또는 더 높아지는 것을 방해하고 있는지) 파악하여 제품 개선을 위한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액션 플랜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선행되어야 할 것은 고객의 입장에서 우리 제품이 제공하는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입니다. 이것은 흔히 프로덕트의 ‘아하 모먼트(Aha Moment)’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고객이 우리 제품을 사랑하고 매일매일 이용하는 가장 본질적인 이유, 고객이 이용료를 지불하면서도 그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우리 제품을 사용하면서 이 가치를 얻어갈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제품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고객과 불만을 갖고 금새 이탈해버리는 고객으로 갈라지게 하는 그 가치를 말합니다.
이미지 출처: https://www.kevin-indig.com/why-product-market-fit-is-so-important-for-growth-marketing/
이 가치를 발견하기 위해 각자 다양한 측면에서 프로덕트에 대한 인사이트를 가지고 있는 제품 이해관계자들을 인터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제품의 핵심 가치를 이해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와 분석 방법은 아주 많지만, 그 모든 요소들을 다 분석하는 것이 어려울뿐더러 어떠한 상관관계를 발견했을 때 그것이 인과관계를 갖는지 증명하기도 어렵고, 수많은 변수를 가지고 놀다보면 우연의 장난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통계적 유의성만으로는 어차피 불충분합니다). 물론 충분한 시간을 들여 엄격히 통제된 실험을 세팅하고 과학적 방법론과 통계이론에 따라 밝혀낼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논문을 쓰려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개선하려는 것이니까요.
제품팀과 사업팀을 비롯하여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인터뷰한 결과, 적립 기능을 비롯하여 도도 메시지 기능이나 매장 데이터 분석 대시보드, 도도애드 등 다양한 서비스가 고객에게 제공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고객의 만족과 불만족을 가르는 가장 큰 요소는 가장 기본 기능인 적립에 있음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제품을 새롭게 도입한 직후에는 대부분의 점주님들이 제품을 잘 활용하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손님에게 결제 후 포인트 적립을 유도하고 새롭게 도입된 포인트 제도에 대해 열심히 홍보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포인트라는 시스템의 특성상 매장의 손님 입장에서 처음으로 적립을 시작하는 것은 다소 귀찮고 비교적 허들이 높지만 일단 한 번 적립을 하고 나면 그 뒤에는 반복적으로 하게 되기 때문에, 도입 초기에 매장의 기존 손님들을(특히 기존 단골손님들을) 포인트 시스템으로 잘 온보딩 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존 손님들이 도도 포인트 시스템으로 잘 온보딩 된 매장의 경우 손님들은 자신의 단골 매장으로부터 더 많은 혜택을 누리게 되면서 더 큰 애착을 갖게 되고, 매장은 이러한 애착을 바탕으로 두터운 단골 고객층을 쌓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매출 성장의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도도 포인트를 잘 활용하고 있는 매장의 데이터를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매월 적립 횟수의 대부분의 비중을 5~10회 이상 재방문한 단골 손님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면, 제품에 만족하지 못하고 중도에 해지하거나 재계약하지 않는 매장들의 경우 초창기에 적립이 잘 일어나지 않거나 손님에게 적립을 권유했다가 거절당하는 경험이 반복되면서 좌절감을 느끼고 제품 활용의 의욕이 저하되어 악순환에 빠졌던 케이스들이 많다는 경험적인 인사이트를 여러 번의 인터뷰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스포카에서는 인터뷰를 통해 수집한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도도 포인트 도입 후 최초 3개월 이내에 발생한 적립의 횟수에 따라 향후 고객이 생애주기 내에 아하 모먼트를 체험할 확률과 그 체험의 강도가 결정될 것이라는(엄밀히 표현하자면 강한 상관관계를 지닐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그렇다면 고객이 아하 모먼트를 체험했는지, 얼마나 강하게 느꼈는지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요? Part 1에서도 언급했듯이 PMF의 가장 큰 증거 중 하나는 리텐션입니다. 고객이 제품을 꾸준히 사용하고 이용료를 지불한다는 것만큼 제품의 가치를 잘 말해주는 지표가 있을까요?
따라서 이 가설을 정량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각 매장을 최초 3개월간 적립된 횟수별 구간에 따라 나누어 리텐션 커브를 그려보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업종에 따라 적립의 패턴이나 양상에 차이가 난다는 점을 고려하여 전체 매장을 크게 카페, 식당, 리테일, 서비스, 주류 업종으로 나누어 분석하였습니다.
다음 차트는 그 중 카페 업종의 리텐션 곡선입니다.
카페 업종 세그먼트별 리텐션 곡선
차트의 가로축은 도도 포인트 최초 도입 이후 지난 개월 수이고 세로축은 리텐션율입니다. 위로 갈수록 최초 3개월간 발생한 적립 횟수가 많은 세그먼트입니다. 처음에는 적립 횟수를 0에서부터 최고구간까지 등간격으로 잘라서 그래프를 그린 후, 서로 차이가 크지 않은 세그먼트들을 ‘적당히’ 합쳐 크게 5개의 세그먼트로 나누었습니다. 중간의 청록색 곡선이 카페 업종 전체의 평균적인 리텐션 곡선과 가장 비슷한 흐름을 보입니다.
한눈에 봐도 가장 아래쪽의 파란색 세그먼트는 다른 코호트에 비해 리텐션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고객들은 가입 직후에도 매우 빠른 속도로 이탈하였을 뿐 아니라, 일반적인 재계약 주기인 12의 배수 번째 개월이 될 때마다 눈에 띄게 이탈하고 있습니다. 또한, 맨 아래쪽의 세그먼트를 제외하고 보더라도 최초 3개월 적립 횟수가 큰 세그먼트일수록 리텐션이 높아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업종마다 세그먼트의 경계가 되는 값은 조금씩 달랐지만, 위와 같은 양상은 다른 업종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습니다. 도도 포인트를 도입한 매장과 그 매장의 손님들에게 ‘적립’이라는 습관이 형성됨으로써 제품의 가치를 경험하게 된 것입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페이스북이 초창기에 유저의 행동 데이터를 관찰하다가 ‘가입 후 열흘 이내에 7명 이상의 친구를 추가한 유저들의 리텐션이 높다’라는 사실을 발견하고서 ‘알 수도 있는 사람들’이라는 기능(친구 추천 기능)을 런칭하여 신규 유저의 ‘전환율(장기 유저로 전환되는 비율)’을 크게 개선했다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실, 스포카가 도도 포인트라는 제품을 통해 고객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가치가 원래 ‘간편한 포인트 적립을 통해 고객 관리와 재방문을 유도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고객이 도도 포인트 도입을 통해 재방문이 정확히 얼마나 늘어났는지, 충성 고객들이 얼마나 더 많이 생겼는지를 엄밀하게 측정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 각각의 매장에 대해 비교군과 대조군을 설정하고 A/B테스트를 통해 단골이 얼마나 늘었다는 식으로 증명해줄 수는 없으니까요 — 그 단계 이전에 적립이 얼마나 많이 발생하는가를 측정하는 것만으로도 고객이 느끼는 제품의 가치의 크기를 간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다음은 업종별 세그먼트에 따른 리텐션을 시각화한 것입니다.
업종별 세그먼트별 리텐션 버블 차트
앞에서 본 다섯 개의 세그먼트를 다시 PMF를 매우 강력하게 느낀 그룹(상위 두 개의 세그먼트), 평균적으로 느낀 그룹(그다음 두 개의 세그먼트), 거의 느끼지 못한 그룹(맨 아래의 한 세그먼트)의 총 세 그룹으로 재분류하여 12개월, 24개월, … , 60개월 차의 리텐션이 어떻게 분포하는가를 시각화하였습니다. 버블의 크기는 잔존 매장 수를 의미합니다.
앞서 리텐션 곡선이 최초 3개월간 발생한 적립의 횟수가 고객이 체험하는 PMF의 강도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면, 이 차트는 그것이 업종별로 어떻게,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보다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 전반적으로 세그먼트 1과 2 사이의 차이보다 2와 3 사이의 차이가 더 극명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PMF를 체험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의 차이가 조금 체험한 것과 많이 체험한 것의 차이보다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Critical Event
스포카에서는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적립’을 도도 포인트의 크리티컬 이벤트(Critical Event)로 정의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크리티컬 이벤트를 기반으로 고객들을 크게 세 가지 클러스터(Cluster) — 파워 유저, 일반 유저, 소극적 유저 — 로 구분하였습니다. 여기서 각 클러스터는 위의 분석에서와는 달리 정적인 개념 대신 매달 그달의 적립 횟수를 기준으로 분류하였습니다.
이미지 출처: Amplitude Product Analysis Playbook
다음 차트는 카페 업종의 월평균 적립 횟수 분포를 나타낸 히스토그램입니다.
카페 업종 월평균 적립 횟수 분포도
차트의 가시성을 위해 일정 숫자 이상은 모두 하나의 구간으로 묶어서 표시했습니다(가장 오른쪽 긴 막대). 이 차트의 가로축은 월평균 적립 횟수를 등간격의 구간으로 쪼갠 것이고 세로축은 각 구간에 해당하는 매장의 수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X=1,000에 위치한 막대의 Y값이 50이라면 월평균 횟수가 대략 1,000 정도인 매장의 수가 50개인 것입니다.
히스토그램으로는 임의의 누적 구간의(예를 들어 X = 300~1000) 비율을 직관적으로 알기가 어렵기 때문에 다음의 누적 비율 그래프를 활용합니다.
카페 월평균 적립 횟수 누적비율 곡선
이 차트는 위의 히스토그램의 도수를 전체에 대한 비율로 바꾼 뒤 누적 그래프로 변환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 차트에서 X=1000에 위치한 막대의 값이 70%라면, 월평균 적립 횟수가 0-1000 사이에 있는 매장이 전체 매장의 70%임을 의미합니다. 또한 만약 X=300에 위치한 막대의 값이 50%라면, 월평균 적립 횟수가 0-300 사이에 있는 매장이 전체 매장의 50%이고, 300-1000 사이에 있는 매장은 20%(70%-50%)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구체적인 수치를 밝힐 수는 없지만 앞서 세그먼트별 리텐션 분석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판단했을 때 제품의 가치를 거의 느끼지 못할 것으로 추정되는 소극적 고객 클러스터는 매우 소수에 속하며 반대로 평균보다 훨씬 높은 리텐션을 기대할 수 있는, 파워 고객의 비율은 50%를 넘어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의 두 차트는 Mixpanel의 Product Benchmark 2019에 나온 자료로, 각각 산업군별 1주 차 활성 비율과 활성화의 강도에 대한 통계를 나타냅니다.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참고용으로 첨부하였습니다.
출처: Mixpanel Product Benchmark 2019
출처: Mixpanel Product Benchmark 2019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스포카에서는 도도 포인트 적립 제품의 북극성지표를 월평균 적립 횟수로 설정하고, 제품팀의 Objective를 가입 후 최초 3개월 평균 적립 횟수 높이기로 설정하여 OKR을 세팅했습니다.
현재 도도 포인트 제품팀은 적립 과정에서의 UX를 더 직관적이고 편리하게, 적립을 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 최소화되도록 개선하는 작업을 비롯하여 매장의 손님들에게 적립의 혜택이 더 직접적으로 와닿도록, 적립을 하고 싶은 마음이 더 많이 들도록, 매장의 직원이 적립을 권유하지 않아도 손님이 먼저 적립을 요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여러 가지 제품 아이디어들을 설계하고 실험해 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Sales & Customer Success 팀과의 협업을 통해 제품 도입 직후 적립률이 떨어지는 매장에 대해 사용률이 떨어지는 이유를 분석하고 사후관리 차원에서의 컨설팅과 추가 교육을 제공하는 등 도도 포인트를 도입한 모든 매장들이 도도 포인트를 통해 매장 손님들과의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여 양성 피드백 사이클에 진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번 글에서 소개한 도도 포인트 적립 제품의 크리티컬 이벤트와 북극성지표를 바탕으로 한 고객의 인게이지먼트 분석에 대해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시리즈 전체 글 목록
- 스포카의 데이터로 제품 뜯어보기 1편 - Retention
- 스포카의 데이터로 제품 뜯어보기 2편 - Revenue LTV & Growth
- 스포카의 데이터로 제품 뜯어보기 3편 - Aha Moment & Critical Event
스포카에서는 “식자재 시장을 디지털화한다” 라는 슬로건 아래, 매장과 식자재 유통사에 도움되는 여러 솔루션들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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